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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C이호준 "신인 투수 부상은 고교때 안 던지기 때문"
    카테고리 없음 2019. 2. 21. 03:54

    - 브런치에 올렸던 글 재구성. 시험용 글이므로 브런치 글은 비공개 처리하겠음


    부제 : 뭔 말만 들으면 '꼰대'라고 광분하는 우리들


    지난 2017년 선수 은퇴 후 1년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코치 연수를 떠났던 NC다이노스 이호준(43) 타격 코치가 돌아왔다. 그는 2018년 11월 24일 스타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지며 소회를 밝혔는데, 인터뷰 내용이 꽤나 재미있다. 아래는 기사 링크.


    <'-20kg' 이호준 코치 "자존심 상하지만... 韓日 투수 비교가 (스타뉴스/김우종 기자)>


    뭐, 기사 주제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일본에 건너가 '선진' 야구를 배워 온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이 참 넓더라'하는 '썰'을 푸는 게 요지다. 구체적으로는 한일 투수간 실력차가 나는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심해서 2군 투수 원투펀치도 한국에 오면 10승은 너끈히 해낼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건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냉정히 말해 가끔씩 튀어나오는 몇몇 돌연변이를 제외하면 KBO 수준은 AA가 될까말까하는 정도니까. 이는 굳이 한국에서 일본이나 메이저 진출한 최정상급 선수들 성적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KBO 뛰는 용병들 마이너 성적만 따져도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 크보 수준 얘기하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므로 일단 차치하자.


    그럼 왜 그렇게 차이가 날까? 인프라 차이 같은 뻔한 이야기는 접어두자. 이 기사에서 내가 특별히 관심있게 본 이호준 코치의 분석은 '우리는 투수들이 고교때부터 너무 안 던지다가 갑자기 프로로 온다'는 대목이다. 이야, 이거 완전 뒤통수 한 대 딱! 때리는 용기있는 주장 아니냔 말이다. 

    요미우리 코치 연수 시절.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오랜 전통에 따라 깔끔하게 면도를 했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이호준 코치는 '고교생때 연투도 하고 많이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고교에서 프로로 직행하는 선수들 중에는 '괴물'이 없다. 2007년 두산 임태훈 이후 고졸 투수 신인왕은 전무하다.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선발 투수도 없다. 2018년 지금까지도 kbo 최고 국산 투수 하면 양현종 김광현이 꼽힌다. 고졸 신인 투수들은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몇 번 던지면 팔 부상이오 하고 수술대로 올라간다. 이게 왜 이렇게 됐느냐. 왜 토종 선발의 씨가 마르게 됐느냐. 이호준 코치는 이를 '아마때 안 던지고 프로로 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마추어 때 투구 수 제한이니 뭐니 하는 이유로 1, 2학년 때 팔 아끼고 쉬다가 3학년 되서야 조금 제대로 던져보는 게 전부니 프로에서 버텨낼 재간이 있겠느냐는 소리다. 다음은 이호준 코치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아마서 투구 수 제한 제도가 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수술을 받는다. 프로에서는 이런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지명한다. 그런데 연투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은 아쉽다. 아마추어 감독들도 아쉽다고 하더라. 좀 더 던지고 많이 해봐야 한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잘 던지면 뭐하냐는 이야기도 한다. 제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1,2학년들은 밖에서 재활하고 개인 연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안 아픈데 아프다고 할 때도 있다더라. 너무 안 던진다. 그러면서 3학년 때 몇 개월 바짝 잘 던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3학년 때 150km 한 번 던지면 1차 지명을 받기도 한다. 그 상황에서 프로에 와 연투하면 아픈 게 현실이다. 사실 이런 건 부모들이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정신과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17년 NC 다이노스 홈구장인 창원 마산구장에서 선수 은퇴식을 가지고 있는 이호준


    쉽게 요약하면 부모는 물론 사회까지 나서서 고교 선수들 보고 "오냐오냐, 팔 아플텐데 많이 던지지 말고 푹 쉬렴! 살살 하다가 수능보듯 고3때 잠깐 빡세게 공좀 던지고 취업하렴" 했던 통에 애들이 약해졌다는 소리다. 나는 이호준의 이 주장이 너무나 일리있게 들린다. 애들이라고 투구수 제한받고 그나마도 고 1, 2는 취업(프로 지명)에 도움이 안되니 그 때는 경기 제대로 뛰지도 않는댄다. 1, 2학년때는 몸이나 가꾸다가 3학년때 몇 개월 바짝 던져서 프로를 가니 1년 내도록 공을 던지고 경쟁하는 차원이 다른 '실전' 세계에서 몸과 정신이 견뎌내지 못할 수 밖에 없다. 


    근데 NPB를 가서 보니 이게 다르더란 말이다. 얘네는 일단 '완투'를 미덕으로 삼는다. 고교 때부터 투수가 완투에 연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에 로망이 있다. 그래서 '고시엔 스타' 하면 다 이런 괴물 투수들이 거론되는 거고. 대표적인 고시엔 스타인 마쓰자카 다이스케 역시 공이 빠르고 삼진을 많이 잡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완투 머신이었기 때문에 진짜 일본을 상징하는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거다. 


    (졸라 멋있었던 세이부 시절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 영상은 마쓰자카의 프로 데뷔전이다. 

    8이닝 9탈삼진 2실점 승리)


    이호준이 일본에 가서 보니 고교 때 '혹사' 가깝게 완투에 연투하는 애들이 프로에 와서도 별 문제 없이 적응 잘 하고 잘 던지더라는 거다. 완투도 꼬박꼬박 하려고 하고. 아니 이상하잖아. 얘네는 고등학교 때 '혹사'를 당했는데 왜 프로 와서도 여전히 잘 던지고 셀프 혹사를 당하려고 하냐고. 그래서 물어봤댄다.


    "고시엔 대회서 선수 한 명이 몇 경기를 던지는데, 이 친구는 혹사라고 생각을 안 하더라. 학교에 대한 명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 자존심이 강하다. 그런데 또 그렇게 많이 던진 선수를 프로 팀들이 지명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완봉, 완투가 많이 나온다. 한 경기서 선발이 130구 이상 던지는 경기도 많다. 궁금해서 투수들에게 물어보니, 이닝이 8,9회 가면 힘든 건 있지만, 투구 수는 힘든 게 없다고 하더라"


    뭐 정신력이 어쩌고 하니까 이게 또 흐름이 꼰대 쪽으로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 요는 고등학교 때 완투 연투 많이 하면서 어깨 단련된 애들이 프로와서도 정신적으로 잘 버텨낸다는 소리다. 육체적으로도 마찬가지고. 사실 '부상' 걱정 때문에 고등학교 투구 수 제한 걸고 혹사 방지법 어쩌고 하는 게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겉만 착한' 법일 수도 있다. 물론 혹사 소리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던지면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아야 하겠지만, 고교 3년 내내 안 던지다가 프로와서 어쩔 수 없이 1년 빡세게 던지는 선수도 마찬가지로 부상 당할 수 밖에 없거든. 어디로 가나 프로야구 투수의 길을 선택한 이상 부상은 피할 수 없는데 어른들이 애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느낌이랄까. 쉽게 말하면 고딩때는 "아이고 우리 아기 나이도 어린데 뭐 그렇게 힘들게 해? 살살 조심조심 던져~" 하다가 진짜 중요한 프로에서 1년차에 몸이 못 버텨 곧바로 다쳐버리면 "다 크신 분이 왜 생 떼를 쓰시죠?(정색)" 하면서 내쳐 버리는 느낌이란 거다. 이러니까 160이닝 170이닝 이상 먹어주는 선발 투수가 나올 수가 없다. 왜? 고딩때 끽해봐야 합산 100이닝 좀 넘게 던지고 프로로 가는데 어디 선발로 이닝 먹을 엄두가 나겠나. 그래서 요새 고졸 출신 신인 투수들의 종착지는 불펜으로 모아지고 있는 느낌같은 느낌이다.


    2006년 신인왕 겸 리그 MVP겸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 이닝, 탈삼진)을 달성했던 '고졸 신인' 류현진. 그도 19세 때는 홀쭉했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이호준의 인터뷰 기사 댓글에는 꼰대 논란이 한창이다. 일본 가더니 김성근ver.2가 되서 돌아왔다는 거다. 아니 슈밤 이호준 정도 되는 전문가가 이 정도 감상과 분석도 얘기 못하냐고. 심지어 당장 자기 아들이 고교 야구부 소속이다. 아들이 현장에서 취재한 생동감 넘치는 소식들을 매일같이 전해듣고 있는 사람 아니냐. 옛날에 너무 던져서 몇몇 애들이 수술을 받는 생겼다면, 지금은 너무 안 던져서 아예 에이스급 씨가 마른 것도 사실 아니냔 말이야.


    나도 20대지만, 요새는 참 '꼰대'라는 단어와 어투가 남발되는 것 같다. 어른들이 꼰대 소리 한 번 들을까 벌벌 떠는 세상 아니냐. 좋은 말만 듣고 싶고 편한 말만 듣고 싶고, 진지하게 자기 경험에 빗대어 조언이라도 한 번 해주면 그 순간 꼰대다. 이호준 건도 마찬가지. 당장 애들이라고 몸 편하게 오냐오냐 해준 결과는 어땠나? 더군다나 고교 야구 선수는 단순히 '애들'이 아니다. 특히나 팀 1선발+4번 타자 동시에 맡는 에이스급 선수들은 하나 하나가 예비 프로 선수나 다름 없다. '몸 상한다'는 이유로 더 던질 수 있는 것도 못 던지게 만드는 건 오히려 이 선수들의 미래 커리어를 밟아 버리는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낫는 건 아니잖아. 이호준더러 김성근이니 꼰대니 하면서 혀 차기 이전에, 그의 한구 야구를 향한 충심어린 분석을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말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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