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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20대 51%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보다 좋다"... 골머리 썩는 미국
    글로벌 이슈 정리 2019. 3. 2. 11:43

    더이상 '사회주의자'라는 표현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미국 청년층...

    미국도 '빨갱이'vs'기득권' 프레임 싸움 다시 시작될까



    2018년 미국 갤럽 여론조사(중복허용)에서는 굉장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와 미국 전역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바로 18~29세 미국인 중 "나는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51%로 과반을 넘긴 것이죠. 반대로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답변은 45%에 불과했습니다.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률이 자본주의를 앞선 것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 청년층의 자본주의 긍정률은 정말 빠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2010년만 해도 18~29세 미국인의 자본주의 긍정률은 68%에 달했는데요. 이게 2014년에는 57%로 11%나 급락하더니, 이제는 추가로 12%나 더 떨어져내린 것이죠. 불과 10년도 안돼 생긴 변화입니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는 미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청년들의 사회주의 찬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가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영국이라고 합니다. 참 재밌죠? 미국과 영국은 자본주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자본주의 정점의 국가들인데... 정작 이 나라의 청년들은 사회주의화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정부는 물론 현지 언론들도 원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욕타임스는 영국까지 날아가서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선언한 한 청년을 심층 취재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죠. 물론 굳이 영국까지 날아간 이유는 브렉시트를 까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던 것 같긴 합니다ㅎㅎ



    -관련기사

    https://www.nytimes.com/2019/02/24/world/europe/britain-austerity-socialism.html



    뉴욕타임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겨레나 경향같은 포지션의 좌파 성향 매체로 분류되는데요. 그런 뉴욕타임스 기사에 달릿 구독자 댓글에서도 이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청년 사회주의자 화'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습니다. "너네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사기다!"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지금 미국 경제가 나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호황을 달리고 있는 중이에요. 심지어 청년 실업률은 반 세기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할 정도입니다. 어리둥절할만 하죠?


    하지만 파고 들어가면 다 이유가 있긴 합니다. 먼저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도 현 밀레니얼 세대(20~30대)를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세대(First generation to be well-off than their parents)"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둘째는 임금 수준입니다. 경제가 호황임에 따라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임금 수준은 그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2018년 Bankrate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38%는 '투잡'을 뛴다고 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만 따지면 무려 51%가 부업으로 돈을 추가로 벌고 있다고 해요. 


    하지만 여기에는 꼭 임금 수준이 물가보다 낮아서는 아니라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인터넷과 SNS의 일상화로 이른바 '사치적' 의미의 소비가 더 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과거에는 생활 필수품만 소비하면 됐었지만, 지금은 '소확행'을 위한 '굿즈' 느낌 물건들,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위한 구독료 등 추가로 지불하는 요소가 많다는 겁니다. 실제 투잡을 뛰는 밀레니엄 세대의 약 68%는 이런 식으로 '추가적인 소비'가 부업의 목적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퇴근 후 부업 반 취미 반으로 영어 강사 일을 하거나 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되겠죠?


    -관련기사

    https://www.bankrate.com/personal-finance/smart-money/side-hustles-survey-june-2018/



    세번째는 사회 보장 제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입니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더이상 과거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받았던 수준의 연금과 복지를 누릴 수 없을 확률이 큽니다. 미국도 예전만큼 출산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더 많은' 노인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가 지불해야 하는 세금은 더 늘어나고 있고, 건강 관리 비용 역시 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부모 세대보다 잘 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또 불평등의 정도도 심해졌다고 믿으니 자본주의에 환멸을 느껴 사회주의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겠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이런 시선도 존재합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주의나 냉전을 겪지 않아서, 사회주의에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냉전 초창기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말이죠. 혹은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다소 꼰대스러운 반응도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그냥 '꼰대의 주장'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주의 찬성 비율이 58%에 달했던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응답자의 약 70~80%가 레닌, 스탈린, 마오쩌둥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할 정도(응답자 중 레닌을 아는 비율이 26%, 스탈린이 34%, 마오쩌둥이 21%)이니까요. 교육율이 낮은 미국에서는 더 할 수도 있겠죠.




    사회적 흐름에 따라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강성 진보주의자들도 속속 정치계에 입성하고 있습니다. 1989년생으로 만 29세의 나이에 미국 역대 최연소 하원 의원이 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는 자칭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입니다. 그녀는 현재 미국 정치계의 '핵'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마존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2번째 본사를 세우려다 성사 직전 포기한 바 있는데요. 이 뒷배경에도 뉴욕주 하원의원인 코르테즈의 엄청난 투쟁이 있었죠. 당시 코르테즈는 아마존의 뉴욕 입성 실패를 두고 "시민이 힘을 모아 악덕 대기업을 굴복시킨 사례"라며 자축했습니다. 이 건은 머잖아 한 번 따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 미 뉴욕 하원의원이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오카시오를 상징하는 정책 중 하나다. 신재생 에너지 등 환경 산업에 대대적인 공공투자를 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연일 강력한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등 강성발언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70%로 인상하자"였습니다. 현재 미국 소득세 최고세율은 37%인데 그걸 70%까지 올려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코르테즈의 주장은 일각에서 "현실성 없다" "포퓰리스트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주의에 호감을 갖고 있는' 젊은 층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의 정계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수준에 이르러서 이제는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불리는 인물들도 오카시오의 정책들을 옹호하거나, 최소한 그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정도의 발언을 꼭 해야 하는 수준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1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민주당 상원의원이 '급진적 사회주의자'로 평가받는 오카시오를 두고 "과거와 생각이 바뀌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인터뷰하는 영상입니다.



    미국의 이런 변화는 오랜만에 미국을 다시 냉전 시대로 끌고 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미 "이 나라를 사회주의자에게 넘길 수 없다"라며 '빨갱이' 프레임을 다시 들고 오고 있죠. 실제 과거 냉전을 겪은 다수의 미국인들은 우파든 좌파든 가릴 것 없이 사회주의에는 치를 떠는 경향이 높다고 하니, 트럼프의 전략이 일단은 효과를 발휘할 확률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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